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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법무 카테고리

[판례] 제약바이오 거래에서 Earn-out 분쟁은 왜 반복되는가– Earn-out 조항과 Efforts Clause의 법적 한계

제약바이오 분야 인수합병과 라이선스 거래에서 Earn-out, 즉 조건부 대가 지급 구조는 이미 표준적인 계약 장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임상 성공 가능성, 규제 승인 여부, 상업화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본질적으로 내재된 산업에서, Earn-out은 거래 당사자 간 가치 평가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Earn-out은 거래 종결 이후 가장 빈번하게 분쟁으로 이어지는 조항이기도 합니다.

델라웨어 대법원이 2026년 1월 선고한 Johnson & Johnson v. Fortis Advisors 판결은, 이러한 Earn-out 분쟁이 왜 반복되는지를 계약 해석의 관점에서 매우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판결은 Earn-out 조건과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조항이 계약상 어떤 법적 기능을 가지는지, 그리고 법원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Johnson & Johnson은 Auris Health를 인수하면서, 최대 약 23억 5천만 달러에 이르는 Earn-out 지급 구조를 설정하였습니다. Earn-out은 다수의 규제 및 매출 마일스톤 달성과 연동되어 있었고, 그중 핵심적인 규제 마일스톤은 특정 의료기기에 대한 FDA 510(k) 승인 획득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계약서에는 Johnson & Johnson이 해당 마일스톤 달성을 위해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사 우선 제품(priority products)에 적용하는 수준의 노력을 다할 의무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인수 이후 FDA 정책 변화로 인해 해당 제품군에 대해 510(k) 승인 경로 자체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되면서 발생하였습니다. Johnson & Johnson은 이에 따라 해당 마일스톤은 더 이상 달성될 수 없다고 보았고, 해당 규제 전략을 계속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Fortis Advisors는 이러한 대응이 계약상 노력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델라웨어 대법원이 이 사안에서 가장 먼저 명확히 한 점은, Earn-out 트리거가 특정 규제 경로에 명시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경우, 법원이 이를 사후적으로 다른 승인 경로로 대체하여 계약을 재작성할 수는 없다는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암묵적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De Novo 승인 경로를 510(k)의 기능적 대체물로 취급한 부분을 명확히 오류로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해당 마일스톤과 관련된 손해배상 판단을 취소하였습니다. 이는 델라웨어 계약법상 확립된 입장, 즉 암묵적 신의성실의 원칙은 계약의 공백을 보충할 수 있을 뿐,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합의한 위험 배분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여기서 논의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Earn-out 트리거 자체는 재구성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조항의 법적 효력은 별도로 검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특정 마일스톤이 구조적으로 달성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이 곧바로 노력 조항상의 의무까지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Johnson & Johnson이 이후 다른 규제 마일스톤들과 관련하여 계약상 요구되는 수준의 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는 독립적인 판단 대상이 되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급심의 위반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Earn-out 조건과 Efforts Clause가 동일한 조항군에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법적 기능과 판단 구조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Earn-out은 결과 중심의 조건으로서 계약 문언에 의해 엄격하게 해석되는 반면,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조항은 행위 의무로서 실제 이행 여부가 사후적으로 심사됩니다. 법원은 추상적인 노력 여부를 묻지 않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 자원 배분, 유사 파이프라인과의 비교, 전략 변경의 합리성과 그 문서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본 판결은 Earn-out이 단순한 재무 조항이 아니라, 거래 종결 이후의 연구개발 우선순위와 규제 전략, 그리고 경영 재량의 범위를 구조적으로 설계하는 조항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합니다. Earn-out과 함께 규정되는 Efforts Clause는 사후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문구가 아니라, 사전에 관리되고 기록되어야 할 계약상 의무에 가깝습니다.

결국 Johnson & Johnson v. Fortis Advisors 판결은 법원이 계약을 대신 고쳐주지는 않지만, 계약서에 적힌 노력 의무가 실제로 이행되었는지는 끝까지 묻는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라이프사이언스 거래에서 Earn-out 조항을 설계하거나 검토할 때에는, 그 문구가 미래의 규제 환경 변화와 내부 의사결정에 어떤 법적 제약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arn-out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유연한 장치일 수 있지만, 동시에 분쟁의 구조를 미리 내장하는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판결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