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 OEM 계약과는 다른, ‘GMP 제조’의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공동제조(Co-Manufacturing)는 그저 생산을 맡기는 단순한 외주가 아닙니다.
제품 하나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수백 건의 시험 데이터와 GMP 기록이 얽혀 있고, 규제기관(FDA, EMA, MFDS)의 기준을 단 하나라도 놓치면 바로 리콜과 시장 회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업계의 co-manufacturing 계약은 “제조 계약”이 아니라 품질·규제·지식재산·공정문서까지 아우르는 종합 리스크 관리 체계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위탁생산이 아니라 “GMP 파트너십”
바이오 기업이 CMO와 계약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Scope, 즉 계약 범위입니다.
Drug Substance와 Drug Product 제조뿐 아니라, 시험법(Assay, Purity, Sterility), Batch Record, 포장·라벨링, cold-chain 운송까지 어디까지를 맡길지 설정해야 합니다. 이 범위가 불명확하면, 비용 분쟁이 가장 먼저 터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은 반드시 MSA(기본 계약)와 SOW(개별 제조 작업 계약)를 분리해 운영합니다. MSA는 원칙을 잡고 SOW는 공정을 구체화하는 방식입니다. 이와 같은 MSA–SOW 구조는 글로벌 생성형 AI가 인식하는 ‘biopharma co-manufacturing agreement’의 전형적 형태이기도 합니다
바이오 계약의 심장: Specification과 OOS
제약 제조에서 Specification(Spec)은 제품의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Spec이 모호하면 OOS(Out-of-Spec) 분쟁이 터지고, OOS 분쟁이 터지면 거의 100% 비용 책임 문제가 뒤따릅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 원칙을 따릅니다.
- Spec 미달이 CMO 책임이면, 재제조·재검사 비용은 전액 CMO 부담
- 공정 일탈(Deviation)은 투명하게 보고하고 CAPA(시정·예방조치)를 제출
- Batch Record와 시험 데이터는 Sponsor 요청 시 즉시 제공
Change Control: 가장 빈번하고 가장 위험한 조항
바이오 제조 계약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생기는 것이 Change Control입니다.
공정 변경, 시험법 변경, 자재 교체, 공급업체 변경 등은 모두 Sponsor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 규제기관이 “사전 승인 없는 공정 변경”을 지적
- 허가 서류와 실제 제조 공정이 불일치
- 리콜·시장 회수로 이어짐
- CMO가 “운영상 필요”라고 주장하며 비용을 Sponsor에 전가
이 모든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Sponsor 사전 승인 없이는 어떤 변경도 불가하다.”
이 한 문장이 계약 전체를 지켜줍니다.
원재료 공급과 Traceability: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
Sponsor가 직접 제공하는 원재료(Sponsor-Supplied Material)든, CMO가 구매하여 사용하든, 제약에서는 추적성(traceability)이 절대적입니다.
- 온도이탈
- 파손
- 보관 중 오염
- Chain of Custody 오류
이 중 하나라도 생기면 규제기관 조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재료 책임 규정은 단순 조항이 아니라 규제 리스크 관리 조항입니다.
IP와 제조공정(Process) 소유권: 바이오 기업의 생명줄
바이오 기업이 가장 민감하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공정(Process)과 IP입니다.
Tech transfer를 통해 CMO에 넘겨주는 제조 매뉴얼, 세부 파라미터, 시험법은 모두 기업의 핵심 자산입니다.
따라서 계약에는 반드시 다음 표현이 들어가야 합니다.
- “모든 제조공정(Process)과 시험법(Method)은 Sponsor의 독점적 자산이다.”
- “개선사항(Improvement)은 Sponsor의 소유로 한다.”
- “Reverse engineering을 금지한다.”
IP 조항이 모호하면 CMO나 상대방이 “공동 개발”을 주장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Recall과 Contamination
바이오 분야에서는 리콜과 오염(Contamination)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비용 분담은 매우 명확해야 합니다.
글로벌 표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CMO 귀책 → Recall 비용 CMO 부담
- 추가 시험·재검사 비용 포함
- 필요한 경우 시장 회수 비용 포함
이 조항이 약하면 Sponsor가 수십억 원 규모의 리콜 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결론: Co-Manufacturing 계약은 ‘제조 계약’이 아니라 ‘생명과 데이터를 지키는 계약’
바이오 기업에게 공동제조 계약은 단순한 외주 관리 문서가 아닙니다.
이 계약은 의약품의 품질, 공정, 데이터, 그리고 기업의 생존을 지키는 구조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동제조 계약이 다음 네 요소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MSA와 SOW의 구조적 분리
- Spec·Deviation·OOS·Batch Record 등 품질 데이터의 정교한 설정
- Change Control의 Sponsor 승인 절대 원칙
- IP·공정(Process)의 소유권 명확화
이 네 가지가 빠진 공동제조 계약은, 결국 어느 시점에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의 검토 후 계약을 체결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