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제약 분야의 라이선스 계약이나 M&A,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결과가 불확실한 장기 계약을 검토하다 보면 “Efforts(노력)” 조항을 무수히 접하게 됩니다.
"Licensee shall use Best Efforts to develop..." "Party A shall use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to obtain..."
한국어로 번역하면 '최선의 노력',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 정도가 되겠지만, 이 용어들이 법적으로 요구하는 '노력의 강도'는 국가별(관할권)로 다르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용어 선택은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글로벌 비즈니스 계약의 핵심 쟁점인 ‘노력 조항(Efforts Clause)’의 해석 기준을 미국(뉴욕/델라웨어), 영국, 그리고 한국 법원의 최신 판례를 통해 비교 분석하고, 실무적인 작성 팁을 정리해 드립니다.
1. 핵심 요약: "노력"의 등급, 국가마다 다르다?
많은 분들이 "Best Efforts >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 Good Faith Efforts" 순서로 의무가 가벼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는 이 공식이 대체로 맞지만, 미국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 미국 (NY/DE): 용어 간 위계(Hierarchy)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함. 어떤 단어를 쓰든 '합리성'을 기준으로 판단.
- 영국 (UK): 용어 간 엄격한 위계 존재. 'Best Efforts'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매우 무거운 의무.
- 한국: 위계보다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구체적 기준이 없으면 법적 구속력이 약해질 위험 있음.
2. 미국 (New York & Delaware): "표현보다 실질적 합리성 중시"
미국 법원은 계약서에 쓰인 단어 자체보다는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서의 ‘합리성(Reasonableness)’을 중시합니다.
(1) 뉴욕 (New York)
- Best Efforts: 가능한 모든 것을 다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법원은 이를 "결과 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조치"로 해석합니다.
-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Best Efforts와 거의 동일하게 취급되기도 합니다. 다만, "자신의 상업적 이익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2) 델라웨어 (Delaware)
- 기업 분쟁이 많은 델라웨어에서도 두 용어(Best vs Commercially Reasonable)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 주의: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를 썼다고 해서 의무가 가벼울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델라웨어 법원은 이를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합리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해석하며, 소극적 태도나 핑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3. 영국 (England & Wales): "명확한 의무의 단계 존재"
영국 법원은 단어 하나하나의 무게를 엄격히 구분하므로, 영국법 준거 계약에서는 용어 선택에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 Best Efforts (가장 무거운 의무):
- 목적 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금전적 손실도 감수해야 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중간 단계):
- 합리적이고 신중한 상업적 행위자가 취했을 법한 조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 Best efforts와 달리, 자신의 상업적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노력할 필요는 없으며, 여러 합리적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재량이 있습니다.
4. 한국 판례의 입장: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의 의미
한국 법원은 해당 조항을 원칙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인정하지만, 무한한 책임을 지우지는 않습니다.
- 판단 기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 의무는 통상적으로 그러한 상황에 처한 합리적인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하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자신의 이익을 무한정 희생할 의무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고등법원 2016. 5. 12. 선고 2015나2016635 판결)
- 구체적 해석: 이행 여부는 계약의 성격, 체결 경위, 목적,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8다260299 판결)
- 주의사항: 단순히 "노력한다"라고만 기재할 경우, 법적 강제력이 없는 훈시 규정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5. 한눈에 보는 국가별 해석 비교 (Summary Table)
복잡한 내용을 한눈에 비교하실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 구분 | 미국 (NY/DE) | 영국 (E&W) | 한국 |
| 위계 (Hierarchy) | 거의 없음 (실질 중시) | 명확한 위계 존재 | 위계 불명확 (사안별 판단) |
| Best Efforts | 합리적 조치 수준 (Reasonable steps) | 가장 무거움 (비용 감수 포함) | 계약 문맥에 따라 판단 |
| Commercially Reasonable | 합리성 기준, 자기희생 불필요 | 합리적 방안 중 하나 선택 가능 | 일반적 당사자가 취할 조치 수준 |
| Good Faith Efforts | 정직·합리성 요구 | 정직·공정, 과도한 희생 불요 | 신의칙 적용 (법적 구속력 약할 수 있음) |
| 핵심 특징 | 용어 구분 모호 → 정의(Definition)가 필수 | 용어 간 구분 명확 → 용어 선택 주의 | 구체성 부족 시 의무 약화 → 기준 명시 |
6. 변호사의 실무 조언
특히 신약 개발, 임상 시험 등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제약(Life Science) 계약이나 대규모 크로스보더 딜을 진행 중이라면 다음 3가지를 반드시 점검하십시오.
- 관할권(Governing Law)에 따른 전략 수립
- 계약이 영국법 준거라면 "Best Efforts" 사용을 피하거나 극도로 신중해야 합니다.
- 미국법 준거라면 용어의 뉘앙스 차이에 기대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 기준을 적어야 합니다.
- "노력"의 정의(Definition) 구체화
- 모호한 판례 해석에 맡기지 말고, 당사자들이 합의한 기준을 정의 조항(Definition Clause)에 넣으세요.
- 예시: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means actions consistent with those taken by similarly situated biopharmaceutical companies..." (유사한 상황에 처한 동종 바이오 제약 기업들이 취하는 조치와 일치하는 행동)
- 면책의 한계(Carve-outs) 설정
- 노력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사항을 명시해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예시: "단, 000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 지출이나 핵심 IP에 대한 권리 포기는 요구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말은 계약서에서 가장 위험하고 모호한 약속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계약이든 국제 계약이든, '어떤 수준'의 노력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구체화하는 것이야말로 분쟁을 예방하는 진정한 'Best Efforts'입니다.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법률 사안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계약 검토가 필요하신 경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https://www.cooley.com/news/insight/2025/2025-11-13-diligence-efforts-in-life-sciences-transacti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