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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법무 카테고리

[판례] GSK vs. AnaptysBio, ‘Jemperli’ 라이선스 소송의 핵심과 시사점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Jemperli(도스타를리맙)를 두고, GSK의 온콜로지 자회사 Tesaro와 미국 바이오텍 AnaptysBio가 서로를 상대로 델라웨어 Chancery Court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로열티 갈등이 아니라,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의 핵심 리스크들이 실제로 어떻게 분쟁으로 발전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분쟁은 2014년 AnaptysBio가 Tesaro에 Jemperli를 포함한 PD-1 항체 자산에 대한 전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부여한 라이선스 계약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2019년 Tesaro가 GSK에 인수되면서 모든 권리와 의무가 GSK로 이전되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20일, Tesaro는 AnaptysBio가 계약상의 핵심 조항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먼저 제기했고, 같은 날 AnaptysBio도 Tesaro와 GSK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GSK/Tesaro는 AnaptysBio가 라이선스를 흔들고 철회를 시사하는 등 “중대한 계약 위반(material breach)”을 저질렀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근거로 GSK는 Jemperli에 대한 영구적·취소불가능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향후 로열티와 마일스톤 지급액을 50% 감액할 수 있다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반면 AnaptysBio는 GSK가 계약상 독점 의무와 상업적 합리적 노력(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경쟁 가능성이 있는 다른 PD-1 계열 또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프로그램을 우선하면서 Jemperli의 상업적 가치를 충분히 극대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Jemperli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업적 성공 때문입니다. GSK는 2025년 1~9월 동안 약 6억 파운드(약 7.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러 분석에 따르면 연매출 10억 달러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AnaptysBio가 받게 될 계단식 로열티(8~25%)뿐 아니라 매출 10억 달러 달성 시 지급되는 약 7,500만 달러의 마일스톤과도 직결됩니다.

더 나아가 AnaptysBio는 Jemperli 로열티의 일부를 Sagard라는 금융기관에 담보 제공한 상태이며, 2026년 말까지 로열티 비즈니스와 R&D 비즈니스를 별도 회사로 분할하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 결과는 단순한 매출 분쟁이 아니라 회사 사업 구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양측은 현재 2026년 7월 재판을 목표로 신속 심리를 요청한 상황이며,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GSK는 AnaptysBio에게 기존 계약에 따른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계속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글로벌 바이오 라이선스 계약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리스크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킵니다. 독점 조항은 경쟁 제품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세밀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또한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의무는 단순한 선언적 문구가 아니라 실질적 행동 기준이므로, 개발 타임라인, 상업화 자원, 예산 투입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두지 않으면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로열티와 마일스톤 구조는 위반 시 조정 트리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변할 수 있으며, 로열티 유동화 구조가 있는 경우 제3자 투자자 보호도 반드시 반영해야 합니다.

Jemperli 소송은 결국 “헤드라인 숫자”보다 그 숫자를 뒷받침하는 행동 의무와 독점 범위, 구제 메커니즘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가 향후 수년간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라이선스를 추진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중요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