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업계에서는 “연구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Xoma라는 회사가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청산 모델입니다.
좀비 바이오텍의 등장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는 수많은 바이오텍이 벤처투자와 IPO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기업들은 연구개발 자금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특수가 끝난 지금,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임상 실패, 규제 리스크, 자본시장 위축이 겹치면서 일부 기업은 시가총액이 보유 현금보다도 낮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회사를 흔히 ‘좀비 바이오텍(zombie biotech)’이라고 부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연구개발에 돈을 계속 쓰는 것보다 차라리 청산을 통해 현금을 돌려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Xoma의 선택: 인수 후 청산
Xoma는 원래 신약개발 회사였지만, 이제는 로열티 인수·관리와 청산 전문 회사로 변신했습니다. 이 회사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냉정합니다.
- 재정적으로 어려운 바이오텍을 인수한다.
- 남은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한다.
- 파이프라인과 지적재산(IP)을 매각해 수익화한다.
최근 Xoma가 손댄 기업에는 Mural Oncology, Kinnate Biopharma, Turnstone Biologics, HilleVax 등이 있습니다. 특히 Mural Oncology는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실패 이후 사업이 축소되었고, Xoma가 인수 후 “legacy operations”를 청산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Xoma는 업계에서 ‘청산 전문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시장의 변화
예전에는 바이오텍이 임상을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다”는 기대가 조금은 있었으나 지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 투자자들은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현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 분석가들은 이러한 ‘인수 후 청산(acquire & liquidate)’ 거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바이오텍 산업의 투자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국 바이오텍에 주는 시사점
한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코스닥에 상장한 여러 바이오텍이 임상 지연이나 자본 조달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일부 기업은 보유 현금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다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청산 과정에서 임상 데이터나 IP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에서도 이런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 투자자 손실을 줄이고
- 임상 데이터와 IP의 활용도를 높이며
- 산업 자본을 다시 순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제도적 보완
한국에서 Xoma식 모델을 적용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 IP·임상 데이터 거래의 검토: 데이터 패키지 승계·이전에 대해 법률 리스크가 있어 검토가 필요합니다.
- 청산·회생 절차 유연화: 제약바이오 기업에 특화하여 신속하게 투자자에게 현금을 환원할 수 있는 절차 개선이 필요합니다.
- 전문 펀드 활성화: 로열티·IP 기반 구조화 금융이 가능한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론
Xoma의 모델은 “실패한 회사를 정리하는 과정” 그 이상입니다. 사실상 투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고, IP를 다시 시장에 유통시키는 새로운 거래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델이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지는 아직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만, 한국 바이오텍도 자본 효율성과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법·제도적 개선과 시장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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