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건 개요
AnaptysBio는 항체 발굴 기술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텍이고, Tesaro는 GSK의 완전자회사입니다. 양사는 2014년 3월 10일 협업 및 독점 라이선스 계약(Collaboration and Exclusive License Agreement)을 체결하였고, 이 계약에 따라 AnaptysBio가 발굴한 항암제 dostarlimab(제품명 Jemperli)을 Tesaro/GSK가 개발·판매하며, AnaptysBio는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받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Tesaro와 GSK는 GSK의 항체약물접합체(ADC)를 dostarlimab 또는 경쟁약 Keytruda와 병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3상 임상시험을 AnaptysBio에 통보하였습니다. AnaptysBio는 이 시험이 경쟁약을 키워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계약상 Tesaro가 부담하는 dostarlimab의 "최적의 상업적 수익(optimum commercial return)" 추구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2. 서신 공방과 소 제기
계약 §4.6(c)는 위반 여부에 관한 분쟁을 양사 경영진에 상정하고, 30일 내 해결되지 않으면 §14.2에 따른 해지 통지 또는 소 제기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2025년 10월 7일, AnaptysBio는 이 조항에 따라 Tesaro의 중대 위반을 통지하고 30일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하면서, 미해결 시 해지 통지와 함께 §8.2의 reversion 권리(Tesaro의 라이선스 소멸 및 권리 회수)를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2025년 10월 31일, Tesaro는 AnaptysBio가 권리 행사를 강행하면 §14.4(f)에 따라 자사 라이선스를 영구·취소불능으로 전환하고 로열티·마일스톤을 50% 감액하겠다고 회신하였습니다.
- 2025년 11월 3일, AnaptysBio는 그러한 위협이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으려는 것이며 델라웨어 anti-SLAPP법에 반한다고 반박하였습니다.
양사는 협상 기간을 2025년 11월 20일까지 연장하는 standstill에 합의하였으나 협상은 결렬되었고, 만료 당일 각자 상대방을 상대로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Tesaro는 확인판결·금지명령과 이행거절 청구를, AnaptysBio는 Tesaro의 중대 위반 확인 및 모회사 GSK의 계약관계 불법방해(tortious interference) 청구를 제기하였습니다. 제소 5일 뒤 양사는 최종판결 시까지 해지·reversion·로열티 감액을 하지 않기로 하는 현상유지 합의를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3. 쟁점 — 위반 통지가 '이행거절'인가
Tesaro는 AnaptysBio의 10월 7일 서신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선언, 즉 이행거절(anticipatory breach)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AnaptysBio는 두 가지 신청을 하였습니다. 첫째, 이행거절 청구는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므로 각하해 달라는 것(Rule 12(b)(6))이고, 둘째, 10월 7일 서신은 소송을 앞둔 정당한 의사표현이므로 델라웨어 anti-SLAPP법에 따라 청구를 기각하고 변호사비용을 상환받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4. anti-SLAPP법이란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은 상대방의 표현이나 청원 활동을 위축시키는 소송을 말합니다. 판결문이 인용한 통일법위원회 해설은 이를 "대상자를 비용이 큰 소송에 얽어매어 헌법상 보호되는 활동을 위축시키는 실체 없는 소송"으로 설명합니다. anti-SLAPP법은 이러한 소송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절차법으로, 피고가 "이 소송은 나의 보호되는 표현행위를 겨냥한 것"이라고 특별 신청을 하면 법원이 정해진 기한 내에 신속히 심리하고, 인용될 경우 원고가 피고의 변호사비용과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델라웨어는 2025년 9월 15일 통일법위원회의 모델법(Uniform Public Expression Protection Act, UPEPA)을 거의 그대로 도입하였습니다.
다만 anti-SLAPP법이 적용되려면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보호되는 표현행위 자체에서 발생(arises from)"하여야 합니다. 판결문이 든 대표적인 예가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 경우 문제되는 잘못이 곧 발언 그 자체입니다.
5. 법원의 판단
델라웨어 형평법원(McCormick 법원장)은 2026년 4월 24일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이행거절 청구는 각하하였습니다. 델라웨어법상 이행거절이 인정되려면 명확하고 무조건적인 이행 거부 의사가 표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10월 7일 서신은 "30일 내 해결되지 않으면 해지하겠다"는 조건부 통지로서 계약이 정한 분쟁해결 절차를 그대로 밟은 것이고, 기존 계약 조항을 근거로 위반을 지적하였을 뿐 새로운 조건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11월 3일 서신에서 reversion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한 것 역시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미이므로 오히려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행위입니다. 나아가 계약상 60일 치유기간 동안 AnaptysBio가 계속 이행하였고, Tesaro 자신도 임시금지명령 신청과 현상유지 합의를 통해 계약의 유효를 인정하였으므로, 설령 이행거절이 있었더라도 이미 철회·치유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anti-SLAPP 신청은 기각하였습니다. 이행거절 청구에서 문제되는 잘못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결정"이지, 그 결정을 전달한 서신이 아닙니다. 서신은 증거에 불과하므로, 청구가 보호되는 표현행위 자체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어 anti-SLAPP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쟁점은 델라웨어 법원이 처음 다룬 것이고 신청은 선의로 제기되었으므로,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6.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Tesaro의 이행거절 청구 부분에 관한 판결입니다. 판결 당시 AnaptysBio의 계약 위반 청구와 Jemperli reversion 권리에 관한 본안 재판은 2026년 7월 14~17일로 기일이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판결에 대해 AnaptysBio는 현행 로열티율이 유지되고 Tesaro의 감액 요구가 배척된 것이라고 평가하였고, GSK는 당사자 간 주된 계약 분쟁의 본안을 다룬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협업·라이선스 계약의 실무 관점에서 이번 판결은, 분쟁해결 조항에 따른 위반 통지와 조건부 해지 예고는 그 자체로 이행거절이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계약 분쟁에서 소송 전 서신을 근거로 anti-SLAPP법을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가 있습니다.
출처
- Tesaro, Inc. v. AnaptysBio, Inc., C.A. No. 2025-1357-KSJM (Del. Ch. Apr. 24, 2026), https://courts.delaware.gov/Opinions/Download.aspx?id=394840
- AnaptysBio 보도자료(2026.4.24), https://ir.anaptysbio.com/news-releases/news-release-details/delaware-chancery-court-rules-favor-anaptys-dismissing-tesaros
- AnaptysBio 보도자료(2025.11.21), https://ir.anaptysbio.com/news-releases/news-release-details/anaptys-initiates-litigation-against-tesaro-gsk-subsidiary
- GSK 보도자료(2026.4.27), https://www.gsk.com/en-gb/media/press-releases/tesaro-a-gsk-subsidiary-provides-update-on-anaptysbio-inc-litigation/
- pharmaphorum(2026.4.27), https://pharmaphorum.com/news/gsktesaro-claim-denied-jemperli-lawsuit-anaptysb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