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L LAW · 이우진 변호사·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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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 LAW | 이우진 변호사 · 변리사 · 뇌과학 박사

연구용역부터 임상시험, 라이선싱 딜 그리고 IP 분쟁까지 —
제약바이오 업계의 복잡한 법률 이슈를 연구자 출신 변호사가 해결합니다.

이우진 변호사

제약바이오 법무 카테고리

[판례] 신약 개발사의 이메일 한 통이 '3배 배상'의 증거가 되기까지 — Wonderland v. Evenflo 판결이 제약바이오 기업에 주는 경고

카시트 회사의 판결문을 제약바이오 변호사가 읽는 이유

2025년 12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유아용 카시트 특허분쟁인 Wonderland v. Evenflo 사건에서 1심이 배제했던 사내 이메일을 증거로 되살리며 고의침해 쟁점을 재심리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에벤플로의 엔지니어가 자사 제품이 경쟁사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어떻게 "교묘하게 빠져나갈지(ingeniously escape)" 논의한 이메일 — 변호사는 수신자에도 참조에도 없었습니다 — 이 고의침해와 3배 배상(treble damages)의 핵심 증거로 부활한 것입니다.

카시트 사건이지만, 필자는 이 판결문을 제약바이오 기업의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런 이메일이 가장 많이, 가장 위험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산업이 바로 제약바이오산업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약바이오에서 이 리스크가 특히 치명적인 세 가지 이유

첫째, 물질특허는 '회피설계'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계나 전자 분야에서는 설계 변경(design-around)이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카시트의 결합 구조를 바꾸면 됩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서 오리지네이터의 물질특허(compound patent)를 회피한다는 것은 후보물질 자체를 바꾼다는 뜻이고, 이는 곧 비임상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제형특허·용도특허·결정형특허라면 회피설계의 여지가 있지만, 그 판단은 청구항 해석과 균등론, 출원경과 금반언까지 검토해야 하는 고도의 법률 판단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개발팀 내부에서 "이 특허 걸릴 것 같은데 염 형태를 바꾸면 피해갈 수 있지 않나?"라는 논의가 이메일과 메신저로 오가기 쉽습니다. 에벤플로의 엔지니어가 했던 것과 유사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문서는, 훗날 소송에서 "침해를 인식하고도 사업을 강행했다"는 고의성의 증거가 됩니다.

둘째, 제약바이오는 특허 존재를 '몰랐다'고 말할 수 없는 산업입니다.

고의침해의 전제는 특허에 대한 인식입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오렌지북·퍼플북 등재, 특허 존속기간 만료일 추적, 경쟁사 파이프라인 모니터링이 사업의 기본입니다.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개발사는 물론이고, 신약 개발사도 타깃 선정 단계부터 경쟁사 특허 지형을 분석합니다. 즉, "그 특허의 존재를 몰랐다"는 항변이 구조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산업입니다. 남는 쟁점은 "알고도 강행했는가"뿐이고, 그 답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록입니다.

셋째, 라이선싱·기술이전 실사(due diligence)에서 사내 문서가 통째로 열립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문서는 소송 이전에도 외부에 노출됩니다. 기술이전(L/O) 협상이 진행되면 상대방 실사팀이 데이터룸에서 특허 분석 자료와 FTO 검토 이력을 요구하고, 개발 히스토리를 추적합니다. "우리 후보물질이 A사 특허에 걸릴 수 있다"는 취지의 내부 문서가 데이터룸이나 실사 Q&A에서 발견되면, 딜 밸류에이션이 깎이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딜 자체가 무산됩니다. 진술보증(reps & warranties) 조항에서 "제3자 IP 비침해"를 진술한 뒤 그런 문서가 발견되면 면책(indemnification) 분쟁으로 직결됩니다.

즉 제약바이오에서 부주의한 사내 특허 논의는 소송 리스크이기 이전에 딜 리스크입니다.

한국 기업의 흔한 반문 — "우리는 디스커버리가 없지 않습니까"

절반만 맞습니다. 우리 민사소송에 미국식 증거개시 제도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내부 문서가 노출되는 경로는 오히려 다양합니다.

  • 미국 시장 진출 시: ANDA 소송, BPCIA 절차(패턴트 댄스) 등 미국 소송에 휘말리는 순간 한국 본사의 이메일도 디스커버리 대상이 됩니다. 국내에 서버가 있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기는 어렵고, 한글 이메일은 번역되어 배심원 앞에 제시됩니다.
  • 국내 절차: 특허법 제132조 서류제출명령, 형사 국면(영업비밀 분쟁 등)에서의 압수수색, 퇴사 연구원을 통한 유출
  • 딜 과정: 앞서 언급한 실사 데이터룸

그리고 국내법상으로도 결과는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 특허법 역시 고의적 침해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증액배상을 인정하며, 법원은 침해자의 인식과 태양을 증액 판단의 핵심 요소로 봅니다.

새로 도입된 ACP — 제약바이오 법무의 게임체인저, 단 조건이 있습니다

2026년 1월 29일,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을 명문화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신설 제26조의2는 법률 조력을 주고받을 목적의 비밀 의사교환에 대한 공개 거부권을 의뢰인의 권리로 규정하고, 공포 후 1년 뒤 시행되며 시행 전 의사교환에도 적용됩니다.

이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특히 의미가 큽니다. FTO 검토보고서, 비침해·무효 의견서, 회피설계 자문 — 파이프라인 개발 전 과정에서 생산되는 민감한 법률 검토 문서들이 이제 명문의 보호 근거를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에벤플로 판결이 보여주듯, ACP는 변호사가 개입된 의사교환만 보호합니다. 연구소장과 개발팀장이 주고받은 "이 특허 위험해 보이는데 일단 진행하자"는 이메일은 개정법 시행 후에도 보호받지 못합니다. 제도가 방패를 준 것이지, 방패를 들지 않은 손까지 지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을 위한 실무 프로토콜

1. 경쟁사 특허 발견 시 '특허번호 + 논의 요청' 원칙 연구원이 문제 될 수 있는 특허를 발견하면, 특허번호와 "검토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 줄만 사내외 변호사·변리사에게 전달하도록 하십시오. 침해 소지에 대한 자체 판단, 회피 아이디어는 변호사가 개입한 회의에서 논의해야 특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2. 개발 단계별 FTO 조사의 체계화 타깃 선정 → 후보물질 확정 → IND → 임상 각 단계에서 FTO 조사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입니다. 특히 후보물질 확정 전의 FTO는 회피설계가 아직 가능한 마지막 시점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물질 확정 후에 발견된 특허 문제는 선택지가 라이선스 협상 아니면 개발 중단으로 좁혀집니다.

3. 비침해·무효 의견서의 전략적 확보 우려 특허에 대한 전문가 의견서는 고의침해 항변의 핵심이자, 향후 기술이전 실사에서 "리스크를 인식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관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딜 방어 자료가 됩니다. 실사 대응 관점에서도 '문제를 아는 것'과 '문제를 관리한 기록이 있는 것'은 밸류에이션에서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4. 데이터룸에 들어갈 문서는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관리 기술이전을 염두에 둔 파이프라인이라면, 특허 관련 내부 문서는 언젠가 상대방 실사팀이 읽는다는 전제로 작성·관리되어야 합니다. 특허 리스크 논의는 변호사 주관 회의로 일원화하고, 회의 결과는 법률자문 문서 형태로 남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5. 연구·BD 인력 대상 특허 커뮤니케이션 교육 GMP 교육, 연구윤리 교육처럼 특허 커뮤니케이션 교육도 정례화가 필요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입니다 — 침해 여부를 서면으로 판단하지 말 것, 회피 방안을 문서로 논의하지 말 것, 반드시 변호사를 거칠 것.

맺으며

에벤플로의 이메일은 5분 만에 작성되었겠지만, 그 이메일을 지우는 데는 항소심까지 수년이 걸렸고 결국 실패했습니다. 신약 하나의 개발에 10년과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그 전 과정의 가치가 이메일 한 통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이 판결의 경고입니다.

국내에 ACP가 명문화되어 변호사 개입의 법적 실익이 분명해진 지금, 연구소와 BD 조직의 특허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참고자료

  • Wonderland Switzerland AG v. Evenflo Co., No. 23-2043 (Fed. Cir. Dec. 17, 2025)
  • Babak Akhlaghi, "The Email That Cost Millions: What Wonderland v. Evenflo Teaches Every Founder About Patent Risk," JD Supra (2026. 7. 1.)
  •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제26조의2 신설, 2026. 1. 29. 국회 본회의 통과)
  • 특허법 제128조(손해배상청구권 등), 제132조(서류의 제출)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