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저희 고객들로부터 직무발명 관련 규정 검토나 계약 검토 의뢰가 부쩍 늘었음을 체감합니다. 신약 개발 성공 후 수백억 원대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서야 보상금 분쟁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고, 그때는 이미 사전 대비가 어렵습니다. 이 글은 실제 의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쟁점들을 판례 중심으로 정리한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 실무자와 법무 담당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직무발명을 둘러싼 분쟁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액의 기술이전료·라이선스 계약금을 둘러싼 보상금 분쟁이 대표적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실제 판례 두 건을 중심으로 주요 쟁점과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정리하고, 제약바이오업계 실무에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01. 사례 개요
사례 1 — 제약회사 신약물질 개발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5. 25. 선고 2016가합559013 판결입니다. 연구원(원고)이 국내 대형 제약회사(피고)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5억 원(일부청구)을 청구한 사건으로, 원고는 2009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며 BTK 저해제 신약물질 1·2 개발에 관여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해당 신약물질을 개발·특허등록한 후 일라이 릴리(신약물질 2, 계약금 5,000만 달러 포함 총 6억 9,000만 달러), 베링거 인겔하임(신약물질 1, 계약금 5,000만 달러 포함 총 7억 3,000만 달러), 자이랩 중국(신약물질 1, 계약금 700만 달러 포함 총 9,200만 달러) 등 해외 제약회사들과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사례 2 — 환경기술 회사 특허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5. 24. 선고 2017가합510435 판결입니다. 부사장(원고)이 환경오염방지시설 제작·판매 회사(피고)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 5,000만 원(일부청구)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환경오염방지 관련 특허 3건의 발명자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02. 핵심 쟁점
공동발명자 해당 여부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의 첫 번째 관문은 발명자성(inventorship) 인정입니다. 대법원은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동발명자가 되기 위해서는 발명의 완성을 위하여 실질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발명에 대한 기본적인 과제와 아이디어만을 제공하였거나, 연구자를 일반적으로 관리·감독하였거나, 지시에 따라 데이터를 정리하고 실험만을 수행하였거나, 자금·설비 등을 제공하여 발명의 완성을 후원·위탁하였을 뿐인 경우에는 발명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반면 기술적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착상을 새롭게 제시·부가·보완하거나, 실험 등을 통해 새로운 착상을 구체화하거나, 발명 목적·효과 달성을 위한 구체적 수단·방법을 제공하거나, 구체적인 조언·지도를 통해 발명을 가능하게 한 경우에는 발명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얻을 이익의 산정
발명진흥법 제15조 제6항은 정당한 보상 기준으로 '사용자가 얻을 이익'과 '공헌도'를 고려하도록 규정합니다. 대법원 2009다75178 판결에 따르면, 보상금은 사용자가 얻을 이익에 종업원 공헌도를 곱하여 산정하며, 여기서 '사용자가 얻을 이익'이란 통상실시권을 넘는 배타적·독점적 이익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라이선스 실시료 수입·양도대금, 직무발명이 주된 원인인 제품 판매 이익, 경쟁사 실시 배제로 인한 매출 증가분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허를 보유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독점적 이익이 추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2024년 대법원 판결(2023다237514)은 중요한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종업원으로부터 직무발명을 승계한 시점을 기준으로 장래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의하여 얻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견되는 이익을 보상금 산정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다만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승계한 이후에 실제로 직무발명에 의하여 얻은 이익이 있다면 이를 참작할 수 있고, 이때 권리화 또는 사업화 경위 등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점적 이익 존재의 증명책임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에서 증명책임의 배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종업원(원고) 측은 자신이 발명자 또는 공동발명자임을 입증해야 하고,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실시하거나 독점적·배타적 이익을 취득한 사실 및 구체적인 이익액을 증명해야 합니다. 특허 보유 사실만으로는 독점적 이익을 추정할 수 없으며, 실무상 사용자가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03. 법원의 판단
두 사건 모두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사례 1 — 공동발명자 불인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공동발명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팀장으로부터 배정받은 유사물질을 합성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을 뿐, 모델화합물 선정·활성 평가·분자구조 설계 등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합성한 물질은 신약물질 1과 별개의 물질로서, 신약물질 1 합성에 실질적인 계기나 단초가 되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합성방법은 2009년 공개된 PCT 국제출원공보에 이미 개시된 방법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였습니다. 또한 원고가 도입했다고 주장하는 컴비네이션 시스템은 다른 연구원들이 먼저 동일 방법을 사용하였고, 설령 원고가 도입하였더라도 신약물질 1 발명 완성 이후의 추가 제조 과정에 그칩니다. 신약물질 2에 관해서는 원고가 개발팀에 소속된 바 없고 실질적 기여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례 2 — 공동발명자 인정, 그러나 독점적 이익 불인정
발명 출원 당시 다른 직원들도 원고와 함께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였고, 여러 직원이 '모든 기술진이 공동으로 발명을 완성했다'고 진술하여 원고의 공동발명자 지위 자체는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일부 공사에서 발명을 실시한 사실은 인정되었음에도, 발명이 공사 수주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거나 경쟁사 실시 배제로 매출이 증가했다는 점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통상실시권을 넘는 독점적·배타적 이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보상금 산정의 기초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04. 실무 적용 포인트
발명자 인정 및 관리 체계 구축
제약바이오 연구개발은 대부분 팀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발명자 인정 문제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연구 프로젝트 시작 시 각 연구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누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연구노트를 체계적으로 작성·보관해야 합니다. 특허출원서의 발명자 기재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실질적 기여도를 면밀히 검토하는 내부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무발명보상금 산정 체계 구축
제약바이오업계는 기술이전·라이선스 계약으로 고액의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보상금 분쟁 위험이 특히 높습니다. 발명진흥법 제15조에 따라 보상규정을 명확히 작성하고 종업원에게 서면으로 고지해야 하며, 보상규정 작성·변경 시 종업원과 협의하고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 동의를 취득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얻을 이익'과 '공헌도'를 구체적으로 산정한 근거를 문서화하고, 라이선스 계약 시 실제 수령 금액과 계약서상 금액의 차이를 정확히 파악·기록해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증명책임 대비
소송 발생 시 회사는 종업원의 발명자성 주장 및 이익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연구개발 과정·발명 완성 경위·각 연구원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기술이전·라이선스 계약 시 해당 특허의 실제 기여도 및 대체기술 존재 여부를 검토한 후 문서화해야 합니다. 직무발명 실시 여부 및 매출 기여도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는 체계도 갖추어야 합니다.
직무발명 규정 정비
연구직뿐 아니라 생산·품질관리 등 다양한 직무에서 발명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명확한 직무 범위를 정의해야 합니다. 출원보상·등록보상·실시보상·처분보상을 구분하고 산정 기준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보상 체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발명진흥법 제18조에 따라 직무발명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내부 절차를 규정해야 합니다. 외부 분쟁에 대해서는 동법 제41조 이하의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법령 개정·판례 변화·업계 동향을 반영하여 직무발명 규정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05. 결론
직무발명 제도는 종업원의 발명 의욕을 고취하고 회사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판례를 통해 법원의 판단 기준을 이해하고, 이를 사전에 실무에 반영한다면 분쟁을 예방하고 상생하는 연구개발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연구원별 역할·기여도 문서화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지, 발명진흥법 제15조에 따른 보상규정이 서면으로 작성·고지되었는지, 보상규정 변경 시 종업원 과반수 동의 절차를 준수했는지, 기술이전·라이선스 계약별 특허 기여도 분석 자료가 있는지, 직무발명심의위원회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위 내용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권고드립니다. 본 포스팅은 발명진흥법 및 관련 판례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