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미국에서의 확산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습니다. 임상 효능 비교시험과 switching 시험 등 규제 요건이 높았고, “biosimilar”과 “interchangeable”이라는 이원적 체계는 때때로 복잡성과 오해를 불러왔습니다.
2025년 FDA가 발표한 두 건의 드래프트 가이던스는 이러한 흐름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략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구조 자체가 크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 FDA가 내놓은 새로운 방향: 임상시험이 예외가 되는 시대
이번 드래프트 가이던스는 매우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최신 분석 기술이 충분히 정밀해졌으므로, 치료용 단백질에서는 임상 효능 시험과 switching 시험이 대부분 필요 없다.”
즉, 다음 세 가지가 바이오시밀러 허가의 핵심 요건으로 재정의됩니다.
- 고정밀 분석 데이터(analytical comparability)
- 약동학(PK) 비교
- 면역원성(immunogenicity) 평가
이 세 요소가 충족된다면, 과거에는 당연시되던 CES(Comparative Efficacy Studies) 와 switching 연구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요구됩니다.
FDA는 효능 비교시험 없이도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축적된 경험과 분석기술 발전에 근거합니다.
2. Biosimilarity와 Interchangeability의 경계가 무너지다
이번 변화의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biosimilarity와 interchangeability라는 두 기준이 사실상 동일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interchangeability를 얻기 위해서는:
- 반복 switching 시험
- 임상에서의 안전성·효능 비교
등 추가적인 부담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FDA는 이제 switching 시험이 “대체로 필요 없다”고 명시하며, 두 기준의 차이를 거의 제거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최종 확정되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은 “상호교환성 전략”을 별도로 가져갈 필요 없이 한 번의 패키지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습니다.
3. 왜 FDA는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의료비와 시장 접근성의 문제
미국에서 생물의약품은 전체 처방의 5% 미만이지만, 약제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의료비 부담이 높은 국가에서 “바이오시밀러 확대”는 자연스러운 정책적 선택입니다.
2025년 ERCI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 복잡한 규제 요건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과 기간을 과도하게 증가시킴
- 두 단계 체계(biosimilar vs interchangeable)는 오히려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사용률을 낮춤
- 상호교환성 기준 통합은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ENPV를 증가시킴
FDA는 이런 정책적 배경을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 경로를 제네릭 구조에 가깝게 정렬하려 하고 있습니다.
4. “모든 바이오시밀러는 interchangeable이 되어야 한다”
FDA 커미셔너는 발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FDA는 모든 바이오시밀러가 interchangeable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발언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선언입니다.
HHS 장관 역시 “백신을 제외한 생물의약품에 대해 제네릭과 동일한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앞으로 FDA가 기업의 요청이 없어도 자동 interchangeability를 부여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변화는 시장 경쟁 구조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5. First Interchangeable Exclusivity(FIE)의 재편 가능성
현재 FIE는 interchangeability를 “신청해 승인받은 제품 중 가장 먼저 승인된 제품”에게 주어집니다.
그러나 FDA가 자동 interchangeability 체계로 전환한다면:
- FIE 독점권은 “신청한 기업”이 아니라
- “가장 먼저 승인된 바이오시밀러” 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다음을 의미합니다.
- 바이오시밀러 개발 회사들은 출시 타이밍 경쟁을 더 치열하게 준비해야 함
- 오히려 후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이 지연될 수 있음
-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상업 전략은 더 복잡해질 수 있음
즉, 규제 완화가 단순히 시장 진입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규칙 자체를 재배치하는 셈입니다.
6.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한국 기업은 이미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번 FDA 정책 변화는 다음과 같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 미국 진출 비용의 구조적 감소
임상 효능 시험, switching 시험 제거는 진출 비용 절감 효과.
• Interchangeability가 사실상 기본값이 되는 시대
경쟁사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출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
• 분석·품질 플랫폼 역량이 더욱 핵심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영역이 더 중요해짐.
• 허가 전략과 특허 전략의 긴밀한 결합 필요
특히 FIE 재편은 개발 순서와 허가 타이밍을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결론: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규제의 시대’에서 ‘분석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FDA의 이번 가이던스는 단순한 규정 변경이 아닙니다.
바이오시밀러 경로를 임상 중심에서 분석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패러다임 변화입니다.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 분석 플랫폼의 고도화
- 제품별 PK·면역원성 전략 수립
- 출시 순서 경쟁을 고려한 일정 관리
- FIE 변화에 대응하는 허가·상업 전략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금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FDA의 최종 가이던스는 2026년 초 발표될 예정이며, 그 이후의 시장 흐름은 이번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가 작성한 계약서, 왜 제약바이오 기업에는 특히 위험한가? (0) | 2025.12.05 |
|---|---|
| AI 기본법이 제약·바이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2026 시행 대비 필수 가이드) (0) | 2025.12.02 |
| AI-네이티브 바이오텍이 다시 투자자를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0) | 2025.11.29 |
| 미국, ‘브랜드·특허 의약품 100% 관세’…한국 제약사의 대응은? (1) | 2025.09.29 |
| 미국·유럽·한국의 타이레놀 라벨 개정 및 자폐 치료제 재표시 계획: 국가별 반응 정리 (0) | 2025.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