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상담을 하다 보면 AI로 작성한 계약서를 그대로 들고 오시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문장은 매끄럽고 구성도 깔끔해 보여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용을 살펴보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절대로 비워두면 안 되는 핵심 조항들이 빠져 있거나, 규제와 맞지 않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 전에도 한 고객사에서 AI 초안 계약서를 가져오셨습니다.
외형은 완성도가 있었지만, 데이터 소유권·규제기관 대응·품질 책임·모델 개선권 같은 중요한 내용이 비어 있었고, 일부 문구는 그대로 서명했을 경우 회사가 과도한 책임을 지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점점 더 흔해지고 있습니다.
AI 계약서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문제들
1. 규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구
제약바이오 계약은 단순한 비즈니스 문서가 아니라 규제 문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AI 초안에는 강행규정에 어긋나는 문장이나, 국가별 규제를 구분하지 못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표면적으로 자연스러운 문장일수록 오히려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2. 산업 특유의 핵심 조항이 빠져 있음
제약바이오 계약에서 빠지면 위험해지는 조항은 대부분 다음과 같습니다.
- 데이터·IP 소유권
- 알고리즘 개선(Model Improvement) 권리
- GMP·GLP·GCP 등 품질 기준
- 규제기관 대응(RA) 책임
- 바이오샘플·시료 사용 범위
- 안전성·품질 사고 발생 시 리스크 분배
이 항목들이 없으면 계약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3. 책임 범위가 비현실적으로 설정
무제한 책임, 모호한 손해배상 범위, 책임 한도(cap) 부재 등
실제 분쟁 상황에서 기업을 지켜줄 장치들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가장 위험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4. 조항 간 논리 구조가 맞지 않음
AI는 개별 문장을 잘 구성하지만, 전체 구조를 통제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용어 정의와 본문이 불일치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조항이 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외에도 정의조항에서는 그럴듯하게 작성되어 있으나, 계약 후반 부에 해당 정의와 일치하지 않거나 충돌하는 문장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AI로 만든 계약서를 어떻게 보정해야 할까요?
1. 계약 구조(리스크 맵)를 먼저 다시 그리기
문장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입니다.
따라서 다음 질문을 기준으로 전체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 데이터는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
- 알고리즘 개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 규제기관이 연락하면 누가 대응하는가?
- 품질 사고가 나면 어느 단계에서 누구의 책임인가?
- 공동연구가 종료되면 어떤 권리가 남는가?
AI가 이 구조를 설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2. 특정 핵심 조항은 반드시 전문가가 다시 작성
다음 여섯 가지는 AI가 절대로 정확히 작성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 IP 및 데이터 소유권
- 모델 개선권
- 품질·규제 대응
- 손해배상·책임
- 비밀유지 및 제3자 사용 제한
- 종료 후 권리 처리
이 부분은 산업 경험이 있는 법률 전문가가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
3. 전체 조항 간 충돌 정리
정의된 용어, 책임 조항, 배상 조항, 종료 조항, 준거법 등
전체 흐름이 하나의 논리로 맞물려 있어야 계약이 작동합니다.
AI는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합니다.
4. 국가별 규제 체계를 반영하여 재정렬
FDA, EMA, MFDS, GDPR, PIPA 등
규제 환경은 각 국가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따라서 AI 초안에 맞춰 문장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규제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계약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Q&A: 기업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
Q. AI 계약서, 초안으로는 괜찮지 않나요?
초안 그대로 서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Q. AI가 ‘제대로 된’ 계약서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까요?
가능성은 있으나, 제약바이오처럼 고위험·고규제 산업에서는
규제와 책임 구조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의 개입이 필수입니다.
Q. 가장 효율적인 워크플로우는?
AI 초안 → 전문가 구조 보정 → 핵심 조항 재작성
이 조합이 속도와 정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정리하며
AI는 문장을 빠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계약의 핵심은 문장보다 책임·규제·데이터·IP입니다.
이 영역은 여전히 전문가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 AI가 계약 업무에서 더 널리 활용될수록,
AI가 놓치는 부분을 정확히 보정하는 능력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에서 더 큰 차이를 만들 것입니다.
결국 계약은 문장보다 구조와 판단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은 여전히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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