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투자 시장에서 Continuation Vehicle(CV)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CV는 단순히 엑시트가 어려울 때 사용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장에서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적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투자를 유치하려는 한국 바이오기업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CV란 무엇이고, 왜 지금 주목받는가
Continuation Vehicle이란, 기존 펀드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대신, 동일한 운용사(GP)가 설정한 신규 펀드로 이전하여 계속 운용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즉, “지금 팔지 않고 더 들고 가겠다”는 선택을 제도화한 방식입니다.
최근 몇 년간 금리 상승, 규제 불확실성, 밸류에이션 격차 확대 등으로 인해 IPO나 전략적 매각을 통한 엑시트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에서는 CV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헬스케어·라이프사이언스 분야에서 수십 건의 CV가 성사되었고, 누적 거래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Latham & Watkins, 2026; Preqin, 2025).
CV는 ‘엑시트의 실패’가 아니라 ‘엑시트의 재설계’
CV를 “엑시트가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구조”로 이해하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CV의 핵심은 엑시트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엑시트의 시점과 방식을 재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헬스케어·바이오 자산은 임상 단계의 진전, 규제 승인, 플랫폼 확장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런 자산을 시장 상황이 나쁘다는 이유로 조기에 매각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CV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간을 자산화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CV가 없는가? 있다면 어떤 형태인가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저런 투자 구조가 실제로 있습니까?”
정확히 말씀드리면, 미국·유럽처럼 정형화된 CV 구조는 아직 한국에서 흔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능적으로 CV와 유사한 구조는 이미 국내 투자 실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동일 운용사의 후속 펀드가 기존 포트폴리오 자산을 인수하는 구조
- 기존 투자자의 부분 엑시트(세컨더리 거래)
-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가 결합된 혼합 투자 구조
CV 시대, 한국 바이오기업이 놓치기 쉬운 착각
한국 바이오기업이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은,
“우리는 아직 국내 VC 투자 단계이니 CV는 상관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CV는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의 선택에서 출발합니다.
해외 투자자가 참여하는 순간, 해당 투자자는 이미
- 장기 보유 가능성
- 후속 구조화 엑시트
- 세컨더리 또는 CV 편입 가능성
을 전제로 계약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기업이 CV를 직접 기획하지 않더라도, 초기 투자계약이 훗날 CV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인지 여부는 처음부터 결정됩니다.
계약 실무에서 달라져야 할 관점
CV가 보편화되는 환경에서는, 투자계약을 단순히 “이번 라운드를 넘기기 위한 문서”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투자계약의 주요 조항들은 향후 CV 또는 세컨더리 거래 시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누가 현금화되고, 누가 남는가
- 어떤 조건에서 지분이 이전될 수 있는가
- 가치 산정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가
- 지배구조와 정보권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특히 우선주 구조, 청산우선권, 전환 조건, 동반매도·강제매도 조항 등은 CV 국면에서 이해관계 충돌의 핵심 쟁점이 되기 쉽습니다(Preqin, 2025).
CV가 가능한 기업으로 보이기 위해 필요한 것
투자자가 CV를 고려할 만큼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일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투자자들은 점점 더 플랫폼성, 확장성, 반복 가능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Latham & Watkins, 2026).
한국 바이오기업 역시,
- 하나의 후보물질 이후를 설명할 수 있는지
- 기술·데이터·임상 역량이 축적되는 구조인지
-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기업인지
를 사업계획과 계약 구조 전반에서 일관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IR 스토리가 아니라, 장기 보유와 구조화 엑시트를 정당화하는 법적·사업적 논리입니다.
맺으며: CV는 투자자의 전략이자, 기업의 시험대이다
Continuation Vehicle의 확산은, 투자자가 “엑시트를 미루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가치가 있다면 더 오래 함께 가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 엑시트를 서두르는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 엑시트가 지연되더라도 구조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기업임을 보여주는 것
입니다.
변호사로서 보았을 때, 이는 투자계약을 ‘성장의 제약’이 아니라 ‘성장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문서로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로 귀결됩니다. CV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영향은 이제 한국 바이오기업의 투자 계약 실무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Latham & Watkins, Private Capital’s Evolving Playbook for Healthcare and Life Sciences (Jan. 2026)
- Preqin, Healthcare & Life Sciences Continuation Funds Market Overview (2022–2025)
- PitchBook, Global Healthcare Private Equity and VC Trend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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