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목),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의 전문세션 15에 패널로 참여하였습니다. 세션의 전체 주제는 'Why Great Deals Fall Apart — and Why Signed Deals Still Go Wrong'(국문: '계약 전엔 몰랐다: 바이오 딜을 흔드는 결정적 변수')이었고, 두 시간에 걸쳐 두 개의 파트로 진행되었습니다.
1부는 '좋은 딜이 왜 무산되는가'를 주제로 브이에스팜텍 남호연 부장의 진행으로 딜메이커 라운드테이블이 열렸고, 제가 참여한 2부는 'Why Signed Deals Still Go Wrong: Negotiating and Structuring a Deal Without Regrets', 즉 '서명한 딜이 왜 어긋나는가 — 후회 없는 협상과 구조화'를 다루었습니다.
2부는 Sidley Austin의 Joshua T. Hofheimer 파트너가 좌장을 맡았고, 패널로는 알테오젠 전태연 대표, 삼일PwC 서용범 파트너, Gemini Law의 Bart Newland 시니어 카운셀(전 Biogen·Genzyme·Atalanta Therapeutics Chief IP Counsel)과 제가 함께하였습니다. 영어로 진행된 세션이었음에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지켜 주셨고,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딜 구조에 대해 느끼는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세션에서 강조한 두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다른 패널들의 핵심 메시지를 함께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논점 1. 해지 조항은 '이혼'이 아니라 '다음 출발'을 위한 조항입니다
제가 세션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해지(Termination) 조항이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이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없듯, 많은 바이오 기업이 계약 초기 단계에서 해지 조항을 가벼이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 성공률이 높지 않은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개발 중단이나 분쟁으로 계약이 중도에 끝나는 일은 예외가 아니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해지 조항의 핵심은 "계약이 끝났을 때 무엇이 누구에게 돌아오는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을 터시트 단계부터 설계해 두셔야 합니다.
- 해지 시 임상 데이터, 규제 제출 자료, 공동 개발 과정에서 생긴 개량 특허의 귀속
- 반환된 자산을 다른 파트너와 이어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안전장치(데이터·규제 자료의 이전, 필요한 라이선스의 확보)
- 자산 반환의 조건과 절차
같은 맥락에서 Bart Newland 변호사도 빅파마와의 협업 과정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와 개량 특허의 귀속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하며, 파트너십이 완주되지 않더라도 자산이 사장되지 않도록 IP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같은 날 메디파나뉴스가 보도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도 대형 기술수출 계약이 파트너의 개발 중단으로 해지되고 권리가 반환된 사례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환된 후보물질이 재기술수출이나 자체 개발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해지 시점에 데이터와 권리가 온전히 돌아와야 합니다. 해지 조항은 계약의 끝을 정하는 조항이 아니라, 다음 출발을 준비하는 조항입니다.

논점 2. 뉴코(NewCo) 구조에서는 Change of Control 조항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토론의 다른 한 축은 최근 국내외 바이오 생태계에서 직접 기술이전의 대안으로 부상한 뉴코(NewCo) 모델이었습니다. 특정 파이프라인을 떼어내어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독립 법인을 세우고, 기술 공급사인 바이오텍은 그 법인의 지분과 마일스톤·로열티를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좌장인 Hofheimer 파트너는 빅파마의 M&A와 라이선싱이 데이터가 검증된 후기 단계 자산에 집중되면서, 초기 자산의 기술이전이 지연되자 뉴코가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국내 바이오텍에게 뉴코는 아직 생소한 개념입니다. 제가 강조한 점은, 뉴코의 파트너가 향후 제3자에게 재실시(Sub-license)하거나 회사 자체를 매각(Exit)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계약서 말미에 관행적으로 배치되어 지나치기 쉬운 경영권 변경(Change of Control) 조항을 반드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뉴코가 매각될 때 원개발사가 지분을 회수하거나 로열티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터시트 단계에서 미리 설계해 두지 않으면, 정작 가치가 실현되는 순간에 원개발사가 가치 배분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다른 패널들은 뉴코의 한계를 자본 측면에서 짚었습니다. Newland 변호사는 뉴코가 향후 12~24개월간 회사를 운영할 실질적 현금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서용범 파트너는 개발 지연이나 임상 실패를 견딘 자본 완충력이 없는 바이오텍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전태연 대표는 지분 조건을 따지기 전에 파트너가 자산을 끝까지 개발할 기술·경영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요컨대, 뉴코는 밸류에이션 격차를 메우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운영 자금·자본 완충력·파트너 역량과 함께 Change of Control 조항까지 같이 따져보지 않으면 만능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패널들의 공통된 결론이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다른 패널들의 메시지
토론 전반을 관통한 메시지는 "좋은 딜은 계약 당일의 숫자가 아니라 자산의 전체 생애주기로 평가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패널의 핵심 발언을 간단히 정리합니다.
전태연 알테오젠 대표 — 선급금보다 장기 가치와 IP 전략
- 알테오젠은 초기에는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 확보에 집중했지만, 기술 가치가 입증된 지금은 상용화 이후 로열티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짠다고 설명하였습니다.
- 플랫폼 기업의 핵심 원칙으로 '제품 독점권'과 '표적 독점권'의 분리를 들었습니다. 같은 표적이라도 여러 파트너가 각자의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으므로, 제품 독점권은 주되 표적 전체에 대한 독점권은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터시트의 구속력을 가볍게 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패널 의견에 동의하며, 처음부터 책임질 수 있는 조건만 담아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외부 법률 자문에만 의존하지 말고, 회사의 기술 한계와 제조 역량을 아는 경영진이 계약의 방향을 직접 제시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습니다.
서용범 삼일PwC 파트너 — 딜의 가치는 생애주기로 평가된다
-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의 2018년 얀센 계약을 예로 들었습니다. 선급금 5,000만 달러는 전체 계약 규모의 약 4%에 불과했지만, 글로벌 병용 임상을 완주한 결과 2026년 현재 누적 수령액은 3억 달러를 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Bart Newland Gemini Law 시니어 카운셀 — 터시트는 가볍지 않다
- 터시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쉽게 번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이며, 실무에서는 상대방의 강한 반발을 부른다고 경고하였습니다.
맺으며
세션 제목처럼, 서명한 딜이 어긋나는 이유는 대개 계약서 헤드라인의 숫자가 아니라, 서명 당시에는 사소해 보였던 조항들 — 해지 시 자산 귀속, Change of Control, 독점권의 범위 — 에 있습니다. 이 조항들은 계약 체결 시점에는 거의 논의되지 않지만, 바이오텍이 장기적으로 가질 수 있는 선택지를 조용히 제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계약 단계가 아닌 터시트 단계에서부터 이 조항들을 설계할 것을 권해 드립니다.
좋은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 주신 한국바이오협회와 BIX 2026 사무국, 좌장을 맡아 주신 Joshua T. Hofheimer 파트너, 그리고 함께 패널로 참여해 주신 전태연 대표님, 서용범 파트너님, Bart Newland 변호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뉴스웨이, 전태연 알테오젠 대표 "기술수출 계약, '선급금'보단 장기적 가치와 IP 전략이 핵심" (2026.10.29)
- 뉴스웨이, 투자 혹한기 속 떠오른 뉴코에 전문가들 "자본 완충력·경영권 변경 리스크 따져야" (2026.10.29)
- BioSpectrum Asia, BIX 2026 Day 2: When Big Pharma Comes Knocking, Is Korea Ready to Answer?(2026.10.29)
- 메디파나뉴스, 기술수출 대박 뒤 계약 해지…K바이오의 딜레마 (2026.10.29)
- BIX 2026 공식 홈페이지, Conference At a Glance
사진: 한국바이오협회(BIX 2026) 및 히트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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