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L LAW · 이우진 변호사·변리사
제약바이오 법무 · 계약 검토 · 라이선싱 · 임상 · IP 분쟁
www.biopharmlaw.com
자문 의뢰하기 →
본문 바로가기

— PHARMA · BIOTECH · LIFE SCIENCE LEGAL

과학과 법률,
두 언어로
말합니다

WL LAW | 이우진 변호사 · 변리사 · 뇌과학 박사

연구용역부터 임상시험, 라이선싱 딜 그리고 IP 분쟁까지 —
제약바이오 업계의 복잡한 법률 이슈를 연구자 출신 변호사가 해결합니다.

이우진 변호사

제약바이오 법무 카테고리

[판례] 7억 달러 지급 후 드러난 임상 데이터 미공개 — Novo Nordisk v KBP 싱가포르 항소법원 판결

1. 사건 개요

2023년 10월 11일, Novo Nordisk A/S(이하 "Novo")는 싱가포르 회사 KBP Biosciences Pte Ltd(이하 "KBP")로부터 고혈압 및 신장보호 목적의 후보물질 ocedurenone에 대한 권리를 자산양수도계약(Asset Purchase Agreement, 이하 "APA")으로 인수하였습니다. APA는 뉴욕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뉴욕을 중재지로 하는 중재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거래는 2023년 11월 29일 종결되었고, Novo는 KBP에 7억 달러를 지급하고 1억 달러를 에스크로에 예치하였습니다. 총 거래 규모는 13억 달러 규모로 보도되었습니다.

인수 당시 ocedurenone은 2상 시험을 마치고 3상 시험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종결 후인 2024년 4월, 3상 시험의 중간분석에서 ocedurenone은 유효성이 없고 무용성(futility)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Novo는 2024년 6월 3상 실패를 공표하고 8억 달러가 넘는 손상차손을 인식하였습니다.

Novo는 KBP와 그 창업자 Dr Huang Zhenhua(이하 "Dr Huang")의 사기적 보증위반 및 부실표시로 인하여 ocedurenone을 인수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8억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2. 무엇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Novo의 핵심 주장은 2상 시험의 긍정적 결과가 사실상 불가리아 사이트 한 곳의 데이터에 의존하였고, 그 데이터가 다른 61개 사이트의 결과와 불일치하는 이례적인 것이었음에도 이 점이 인수 전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판결문에 정리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2상 중간분석(Phase 2 Interim Analysis). KBP는 2020년 1월경 3상 제조 관련 의사결정을 위하여 계획에 없던 관리적 중간분석을 실시하였고, 2020년 6월 그 결과를 받았습니다. 12주차를 완료한 최초 90명 환자 데이터에 기초한 이 분석은 ocedurenone에 명확한 치료효과가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KBP가 데이터룸에 올린 2상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에는 "본 연구에서 유효성에 관한 중간분석은 계획되지 않았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이 기재는 정정되지 않았습니다.

(2) 데이터룸의 제공 방식. KBP는 2상 전체 환자의 활력징후 데이터(Vital Signs Data Listing)를 PDF 형식으로 데이터룸에 올렸고, 중국 규제당국에 제출했던 CTA 패키지도 제공하였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Novo는 환자별 소속 사이트와 수축기혈압 등 환자 단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시 데이터가 분석 가능한 형식으로 제공되지 않아 불가리아 사이트 결과의 의미와 같은 이상 징후를 쉽게 식별할 수 없었고, KBP가 자체 수행한 분석이나 외부에서 제기된 데이터 이상에 관한 우려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3) Otsuka와의 선행 협상. Novo는 인수 후, 그리고 동결명령의 일방적(ex parte) 심리 후에야, 이전의 잠재적 인수자였던 Otsuka가 데이터의 일관성과 재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인수 논의를 중단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Otsuka는 KBP의 데이터룸을 검토한 뒤 "단일 사이트(불가리아)가 유효성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3상에서의 재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KBP는 2021년 8월 25일자 이메일에서 불가리아 사이트의 혈압 반응이 다른 지역보다 우수함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환자 등록 시기와 추가 지도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으나, Otsuka는 2021년 9월 7일자 이메일에서 이 설명에 납득하지 않았고, 결국 불가리아 사이트의 불일치하고 이례적인 결과를 주된 이유로 인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협상 사실 역시 Novo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3. 계약상 근거 — APA 제4.8(h)조와 손해배상 상한

APA 제4.8(h)조는 매도인이 "KBP 그룹 회사가 보유하거나 통제하는, 화합물 또는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부작용, 독성, 제조 품질 및 관리에 관한 모든 중요 정보의 진실하고 완전하며 정확한 사본을 매수인에게 제공하였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항소법원은 이 조항이 Novo에 대한 중요 정보 공개의 기준을 설정한다고 보았습니다. 1심 판사는 불가리아 사이트와 다른 사이트 간 결과의 비교가 객관적으로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불일치가 전체 사이트에 걸친 결과의 일관성 문제를 낳고, 일관성은 인수자가 부담할 위험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KBP는 데이터룸에 충분한 원시 데이터를 올렸으므로 Novo가 스스로 불가리아 사이트가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으나, 1심 판사는 제4.8(h)조를 근거로 이를 배척하였고 항소법원도 이를 지지하였습니다.

한편 APA 제11.2(b)(i)조는 사기가 없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1억 달러로 제한하고 있었고, 이 금액은 에스크로 자금으로 충당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Dr Huang의 인식 여부, 즉 사기의 성립 여부가 분쟁의 구조를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1심 판사는 Dr Huang이 2상 중간분석 결과를 수령한 사람 중 하나였고 Otsuka와의 협상 상황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 당시 KBP가 2023년 고금리 긴급대출을 받는 등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4. 절차의 구조 — 뉴욕 ICC 중재와 싱가포르 법원의 임시처분

APA는 뉴욕에서의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를 전속 분쟁해결 수단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Novo는 2025년 2월 10일 싱가포르국제상사법원(SICC)에 통지 없이 신청을 제기하여 2025년 2월 14일 KBP와 Dr Huang을 상대로 한 전세계 자산동결명령을 받았고, 2025년 3월 26일 ICC 중재를 신청하였습니다.

KBP는 2025년 4월 14일 덴마크에서 Novo의 동결명령 집행을 금지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하였으나, Novo가 덴마크 절차를 상대로 신청한 소송금지명령(anti-suit injunction)이 2025년 6월 19일 인용되었습니다.

KBP와 Dr Huang은 동결명령 취소를 신청하였고, SICC의 Philip Jeyaretnam 판사는 2025년 8월 12일자 판결로 공개 조항의 경미한 변경을 제외하고 취소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항소를 싱가포르 항소법원(Judith Prakash SJ, Lady Arden IJ)이 2025년 11월 19일 심리한 뒤 2026년 5월 14일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5. 항소법원의 판단 (2026년 5월 14일)

항소법원은 모든 항소이유를 배척하고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주요 쟁점별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본안의 상당한 승소 가능성(good arguable case). 동결명령 신청인은 본안에 관하여 "진지하게 다툴 수 있는 정도를 넘되, 반드시 50% 이상의 승소 가능성을 요하지는 않는" 수준의 주장을 입증하면 족합니다. 항소법원은 KBP가 제4.8(h)조를 위반하였다는 점, 그리고 그 미공개가 고의적이고 부정직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상당한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1심 판단을 지지하였습니다. 다만 항소법원은 Novo의 청구의 당부와 KBP 측의 모든 항변은 중재에서 최종 판단될 사항이며, 1심 판사의 판단은 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습니다.

(2) 자산 은닉·처분의 위험(risk of dissipation). 1심 판사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Novo가 지급한 7억 달러의 대부분은 신속하게 KBP 밖으로 이전되었습니다. 2024년 6월까지 거의 전액이 케이맨 제도 소재 지주회사(KBP Cayman)로, 2024년 말까지 그 대부분이 다시 외부로 이전되었고, 2025년 3월 7일 기준 KBP의 보유 현금은 43만 5,000달러에 불과하였습니다. 이 중 3,000만 달러는 2024년 중 Dr Huang에게 보너스로, 약 3억 96만 달러는 Dr Huang이 전부 소유한 BVI 법인과 그의 회사를 거쳐 2024년 6월과 8월 Dr Huang의 개인 계좌로 이전되었습니다. KBP 측은 이러한 지급에 관한 계약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KBP 측은 선례인 Bouvier 판결에 따라 부정직 주장만으로 은닉 위험을 추론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항소법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Bouvier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Dr Huang은 창업자이자 최종 단독 주주로서 매각 수익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진술하였는데, 회사와 본인 사이에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항소법원은 Dr Huang이 회사의 채무나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3억 달러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는 점 자체가 부당한 자산 이전 위험의 증거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부정직에 관한 확정적 판단인지 여부. KBP 측은 1심 판사가 심리 전 단계에서 부정직을 확정적으로 인정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항소법원은 1심 판사가 부정직에 관한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고 한 것은 상당한 승소 가능성 요건과 부정직이 은닉 위험에 관련된다는 요건에 관한 판단일 뿐 사실 확정이 아니며, 부정직 여부는 본안 심리에서 판단권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하였습니다.

(4) 국제중재법 제12A조. 싱가포르 국제중재법(International Arbitration Act 1994) 제12A조는 중재지가 싱가포르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중재를 지원하기 위한 임시처분 권한을 법원에 부여하되, 중재판정부나 긴급중재인이 효과적으로 행위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합니다. 항소법원은 (i) 긴급중재인은 일방적(ex parte) 동결명령을 발령할 수 없고 중재합의의 비서명자인 Dr Huang을 명확히 구속할 수 없으며, (ii) DBS 은행에 담보로 제공된 2억 1,800만 달러의 정기예금에 관하여 사전 통지를 하면 처분의 목적이 좌절될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법원의 임시처분 관할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Novo가 은닉 위험의 근거가 된 핵심 사실을 2024년 12월경에야 알게 되었으므로 신청 지연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법정 요건은 지연 여부가 아니라 상황의 긴급성이 신청을 정당화하는지 여부라고 하였습니다.

6. 이후 경과

KBP는 2026년 5월 21일자 성명에서 동결명령 유지 결정에 실망을 표하면서도, 항소법원 판결이 Novo가 제기한 실체적 쟁점은 중재판정부가 판단하여야 함을 명시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양 당사자가 각각 개시한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재는 ICC 규칙에 따라 뉴욕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7.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사점

이 사건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해외 파트너에게 후보물질을 라이선스 아웃하거나 자산을 매각할 때, 그리고 반대로 해외 후보물질을 도입할 때 모두 참고할 만한 사례입니다.

첫째, 데이터룸에 원시 데이터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진술보장 의무를 다한 것으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APA는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모든 중요 정보"의 진실하고 완전한 사본을 제공하였다는 진술보장을 두고 있었고, 싱가포르 법원은 환자 단위 원시 데이터가 PDF로 제공되었더라도 그 데이터의 의미(특정 사이트가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를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면 이를 공개했어야 한다는 주장에 상당한 승소 가능성을 인정하였습니다. 국내 기업이 매도인 또는 라이선서로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진술보장 조항의 문언이 요구하는 공개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체 수행한 내부 분석, 계획에 없던 중간분석, 임상시험 기관의 품질 이슈, 선행 협상 상대방이 제기한 우려 등 매수인이 원시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항의 공개 범위를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이 사건 APA에서는 사기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1억 달러의 손해배상 상한이 적용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분쟁은 회사의 계약 위반 여부를 넘어 창업자 개인의 인식 여부를 다투는 구조로 전개되었고, 창업자 개인이 자산동결명령의 상대방이 되었습니다. 국내 기업의 경영진과 창업자 입장에서는 계약상 상한 조항이 있더라도 개인의 인식이 문제되면 그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중재조항이 있더라도 자산 소재지 법원의 임시처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 APA는 뉴욕 ICC 중재를 전속 분쟁해결 수단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상대방과 창업자 개인의 자산이 있는 싱가포르 법원이 전세계 자산동결명령과 소송금지명령을 발령하였고, 항소법원은 중재합의의 비서명자에 대한 처분과 사전 통지 없는 처분이 필요한 경우 법원이 개입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 파트너와 분쟁에 이르는 경우, 중재지가 어디인지와 별개로 자산이 소재한 국가의 법원에서 임시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넷째, 거래 대금의 처리 방식이 자산동결명령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매각대금 7억 달러 중 약 3억 3,000만 달러가 계약상 근거 없이 창업자 개인에게 이전된 점을 자산 은닉 위험의 증거로 보았습니다. 매각 후 대금을 주주나 경영진에게 분배할 때에는 그 근거를 문서화하고, 계약상 남아 있는 의무나 분쟁 가능성을 고려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분쟁 시 방어에 중요합니다.

본안에 관한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며, 뉴욕 ICC 중재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