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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동물실험대체, 나아갈 방향은?

수많은 의약품이나 화장품, 식품 첨가물 등의 개발을 위해 전세계의 실험실에서는 매년 수억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필자 또한 실험실에서 보냈던 시기가 있기에, 실험결과 도출 및 논문 발표를 위해 많은 동물 실험의 수행을 접한 바 있고,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인증과 허가를 득하기 위해 중요한 조건을 차지하는 동물실험의 중요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일부 연구자들이 동물 실험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안전을 증진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며, 동물실험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사실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들이 인간에 그 데이터를 적용하여 해석할 정도의 과학적인 신뢰도(생리학적, 유전적 차이에 기인)나 윤리적 타당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지, 동물실험을 통해 야기되는 동물들의 고통과 실험 비용이 동물 데이터의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들이 주장되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은 일반적으로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의 테스트를 위해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몇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연구당 동물 사육비나 유지비, 실험 비용을 포함한 비용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최근 동물실험을 활용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동물실험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입법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구체적 움직임으로, 지난 2022년 12월에 미국에서 FDA Modernization Act 2.0 법안이 통과되어, 의약품에 대한 연구에서 동물 사용을 아직 금지하지는 않으나, 명확히 그 한계를 인정하고 혁신적인 비동물적 실험 방법(동물실험 대체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명시하게 되었습니다. 동물실험 대체방법의 사용을 주장하는 입법론자 및 연구자들은 동물실험보다 이러한 대체 실험이 인간의 생리학적 특징을 더욱 잘 반영함으로써 더 신뢰도 높은 실험결과를 창출하는 것을 그 장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동물대체실험들이 있는 것일까요.

최근 읽은 흥미로운 기사 (Science, A new path to new drugs: Finding alternatives to animal testing)에 의하면 다음의 방법들이 선호되고 있다고 하며, 아래와 같이 소개드립니다.

■ Organoids (오가노이드)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의 배양물로, 인체 기관을 어느 정도 흉내낼 수 있는 작은 3차원 세포 배양물로 자기 조직화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 보건학교의 대체 동물 실험 센터 연구원들은 신경퇴행성 질환, 전기 생리학 및 심지어 지능을 연구하기 위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 Organ on a Chip
이 마이크로 유체장치(칩)는 살아있는 세포로 덮인 작은 채널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체 기관의 구조와 생리를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칩 위에 기관을 연결함으로써 다기관 시스템 또는 인간- 칩(human on a chip)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칩을 이용하여 최근 사전 임상 동물 효능 데이터 없이도 의약품 후보의 인간 임상시험에 대한 FDA 승인이 도출된 바 있다고 합니다.

■ Human Tissue (인체조직)
수술 절차 등에서 유래한 조직에 대한 연구는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가면역 피부 질환인 vitiligo(백반증)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유래한 피부 조직에서 진행한 치료를 직접 평가할 수 있습니다. 

■ Phase 0 Clinical Trials (임상 0상)
0단계 임상시험에서 연구 참가자들은 신약의 치료수준 미만의 용량을 받은 후 생리학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받습니다. 용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독성 및 효능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Digital Twin (디지털 트윈)
머신러닝 방법의 적용으로 환자 기록 및 이전 임상 시험에서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자 대응을 예측하는 모델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의 생성을 통해 동물 실험 및 임상 시험에 필요한 환자 수를 축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모델의 정확도는 새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후속 시험마다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상 동물실험을 대체할 필요성과 최근 부상하고 있는 대체방법들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국내에서는 2023년도에 동물대체시험법제정안의 개발, 보급, 이용 활성화에 위한 제정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 법안 입법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리기도 했는데요, 향후 동물실험을 축소하고 대체실험의 수행을 지향하기 위해서 더욱 많은 정책적, 입법적 보완과 업계 연구자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동물 대체실험 방법들이 산업계에서 많이 채택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