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변호사협회의 국제분쟁사건전담 특별법원 유치위원회 위원으로 홍콩국제중재센터(Hong Kong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er)를 방문했습니다. 조용주 위원장님 및 함께 준비해주신 인천변호사협회 임원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국제분쟁사건 전담 특별법원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번에 홍콩 국제중재센터(HKIAC), 홍콩 고등법원, 그리고 Liberty Chambers를 직접 방문하였다. 인천에 국제분쟁해결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벤치마킹이 목적이었다. 하루의 일정이었지만, 홍콩이 40년에 걸쳐 쌓아온 것의 무게를 실감한 하루이기도 했다.
1. HKIAC: 기관이 아닌 '생태계'
HKIAC(Hong Kong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re)는 1985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중재기관으로, 현재 세계 3위 선호 중재기관이다(2021년 Queen Mary University 조사, 응답자의 44% 선택). 2024년 기준 신규 중재 352건, 총 분쟁금액 USD 136억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HKIAC의 경쟁력은 기관 자체의 역량만이 아니다. 핵심은 홍콩이라는 도시가 제공하는 복합 환경이다. 커먼로(Common Law) 기반의 법체계, 영어 중심 실무 환경, 세계적 수준의 국제 인프라,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본토와의 독보적인 제도 연계가 그것이다.
2. 이 제도가 결정적이다 — HK-PRC 잠정조치 협약
이번 방문에서 HKIAC 측이 가장 강조한 것은 2019년 발효된 홍콩-중국 본토 간 임시조치(Interim Measures) 상호지원 협약이다.
이 협약의 핵심은 단순하다. 홍콩을 중재지로 선택한 당사자는, 분쟁 계속 중에 중국 본토 법원에 직접 재산보전·증거보전·행위보전을 신청할 수 있다. SIAC(싱가포르), LCIA(런던), ICC(파리) 등 어느 중재기관도 이 권리를 갖지 못한다. 홍콩만이 가진 독보적 카드다.
2024년 한 해에만 40건이 21개 중국 본토 법원에 접수되었고, 누적 106건의 법원 결정 중 102건이 인용(인용률 96%)되었다. 신청 자산 규모는 누적 약 USD 48억에 달한다. 통계가 제도의 실효성을 말해준다.
중국 본토에 자산이 있는 분쟁이라면, 홍콩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바로 이것이 HKIAC가 '세계 3위'에 머물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구조적 이유다.
3. 홍콩 고등법원: 중재를 뒷받침하는 사법 시스템
오후에는 홍콩 고등법원 원심법원(Court of First Instance)에서 형사배심재판을 직접 참관했다. 판사와 배리스터 모두 영국식 가발과 법복을 착용하고, 영어로 변론이 진행되며, 광둥어로 증언하는 증인에게는 공인 통역이 실시간으로 제공되었다.
이 법원은 단순히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HKIAC 중재판정의 취소, 집행, 임시조치 관련 소송의 1심 법원으로서 중재 생태계의 사법적 후견인 역할을 수행한다. 중재와 법원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분쟁해결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4. Liberty Chambers: 전문 변론가 생태계의 두께
홍콩 고등법원 맞은편 Liberty Chambers에서는 현지 배리스터들과 면담했다. 특히 한국인 출신 박완기(Moses Wanki Park) 배리스터와 크로스보더 중재·소송 실무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홍콩의 배리스터-솔리시터 이원체계는 국제중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국제중재 전문 배리스터 풀(pool)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들 없이는 국제분쟁 허브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법조인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5. 그렇다면 인천은? — 냉정한 현실 진단
홍콩을 직접 보고 나서, 인천 유치의 과제를 더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세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법체계의 구조적 차이. 한국은 대륙법 체계로, 국제중재에서 통용되는 커먼로 절차(광범위한 사전 증거개시, 구두 반대신문, 배심 결정 구속력)와 근본적인 괴리가 있다. 외국 당사자에게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둘째, 영어 사용 법조 인력의 부족. 국제중재에서 영어는 사실상 필수다. 홍콩·싱가포르 수준의 영어 변론 역량을 갖춘 국내 변호사 풀은 아직 부족하다.
셋째, '대체 불가 카드'의 부재. HK-PRC 임시조치 협약은 복제가 불가능한 지정학적 산물이다. 한국이 이에 상응하는 경쟁력을 갖추려면,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사법 지원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다.
6. 방향은 있다 — 싱가포르 모델과 인천의 가능성
싱가포르는 SIAC(국제중재기관) + SICC(국제상사법원) + SIMC(국제조정센터)의 삼각 체계를 단기간에 구축하여 국제분쟁 허브로 도약한 사례다. 커먼로 기반의 홍콩과 달리, 싱가포르의 성공은 순수한 제도 설계와 정부 주도 전략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책 모델로 더 적합할 수 있다.
인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국제공항, 송도 국제도시의 인프라,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라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인프라가 아니라 제도다. 국제분쟁전담 법원의 실질적 기능화, 영어 서면·통역의 표준화, 임시조치 절차의 신속화, 그리고 외국 변호사 대리 확대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천은 충분히 아시아 분쟁해결 허브의 새로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번 방문은 '홍콩을 따라잡자'는 결론보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차기 방문지는 싱가포르 SIAC·SICC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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